조선의 사대부들은 집안의 정원(庭園)을 만드는 데에 크게 신경을 쓰지
않았다. 간단한 나무 몇 그루 심는 정도였다. 아기자기한 정원 단장에 온
힘을 기울인 일본과는 이 점이 다르다.
조선은 국토의 70%가 산이다. 집밖에 조금만 나가면 경치 좋은 산세(山勢)
와 계곡(溪谷)이 널려 있다. 이 풍광 좋은 계곡에다가 간단하게 정자(亭子)
만 하나 지어 놓으면 주변 10리의 전망이 모두 내 것이 된다. 굳이 돈 들여
서 집안에다가 정원 가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.그러나 사무라이의 나라였던 일본은 집 밖의 야외에다가 쉽게 정자를 만들
수 없었다. 방비가 허술한 야외의 정자에서 놀다가는 언제든지 반대파의
자객(刺客)으로부터 기습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.
그래서 일본의 사무라 이들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안전한 곳, 물로 둘
러싼 연못 가운데에다가 다실(茶室)을 만들었다. 닌자의 습격을 대비한 결
과이다. 한국적인 풍류는 바위 계곡에 있는 '정자'라면, 일본적인 풍류는
집안 정원의 '다실'에 있다.
누각(樓閣)이나 정자(亭子)는 대개 경치가 좋은 곳에 연회(宴會)의 장소로
지어진 것들로서 그 규모와 크기가 큰 건물이 크면 '누각' 작으면 '정자'
라고 보면 될 것이다..